스무살의 겨울방학, 평소에 연락오지 않던 과대표에게 전화가 왔다. 동기 하나가 교통사고가 났다며 목소리를 덜덜 떨었다. 연락을 받은 나도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자리에 주저 앉았었다. 그 후에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엄마가 입으라는 옷을 입었고, 챙겨주는 봉투를 받았으며, 가라고 한 시간에 집에서 나섰다. 그날을 돌이켜보면 내가 기억하는 건 오직 하나, 누군가의 하얀 장갑이다. 누가 꼈는지도 모를 하얀 장갑이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학기가 시작되었다. 다들 그 이야기를 일부러 피하는 것도 같았지만 그래도 새학기 인사를 나눴다. 그런데 미처 사고난 동기 소식을 듣지 못했던 친구 하나가 나에게 물었다. '걔는 안 보이네?' 나는 친구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죽음을 전하는 방법도 애도의 방법도 몰랐던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그날 우리는 한참을 울었다.
이번주, 애도를 강요한다는 말을 자주 마주했다. 무슨 의미인지도 알겠고, 왜 쓰는지도 알겠다. 하지만 나는 이와이 슌지를 좋아하던 동기를 잃었던 스무살의 겨울방학이 자꾸 떠올라 멈칫했다. 어쩌면 강요된 애도가 아니라, 배려일 수는 없을까? 아직 누군가에게 죽음을 전하는 방법도, 애도의 방법도 모를 그 누군가를 위한 배려말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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