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선선해진 날씨가 왔다. 그래서 다시금 나이트 러닝을 시작했다. 그런데 요즘 러닝이 인기라고 하더니 성북천에는 정말이지 러닝을 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꽤 좋아보이는 러닝복에 러닝신발과 골전도 이어폰까지. 그렇게 나이키 모델처럼 보이는 멋진 러너들. 하지만 그들은 내 기준에서 진짜 러너가 아니다. 나와 같이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달리는 진짜 러너들은 일단 달리는 폼에서 다르다. 우리들은 일명 '티라노 주법'이라고해서, 양 팔을 옆구리에 딱 붙이고 팔꿈치 밑에만 힘겹게 흔들며 혼자서 외롭게 공룡처럼 달린다. 거기다 우리들만의 호흡법은 입으로 과호흡하고 입으로 과하게 내뱉어 입이 바싹바싹 말라 헛구역질을 유발한다. 우리를 보는 다른 사람들은 '저게 뛰는 거야? 걷는 거야?' 하는 의문을 품지만, 우리는 그것이 달리고 있는 것이고 또다른 기록을 세우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진짜 러너들은 인스타에 우리의 모습을 올리지 않는다. 그저 달이나 성북천의 풍경 같은 걸 올린다. 왜냐하면 우리들이 입고 있는 옷은 '누리마실'이거나 '성북문화바캉스' 단체복이기 때문이다. 해가지면 무척이나 시원하고 좋은 요즘. 성북천에서 티라노 주법으로 달리는 누군가를 본다면 마음으로 응원해주길 바란다. 그들이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도록. 그리고 이번 가을에는 성북구에서 야외도서관이 열리니 그곳에도 가보자. 짧은 가을이 금방 사라지기 전에.
문화정책팀 엄경석(티라노 주법의 진짜 러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