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역에 당근을 하러 나갔다. 누군가 혼불 전권을 1만원에 판다고 하길래 쪽지를 안 보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정릉역에서 어색하게 서성이는 남자를 발견한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혹시, 당근이세요?" 남자는 밝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럼 물건 좀 볼까요?"라고 물었고, 남자는 흔쾌히 그러자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어진 5초간의 숨 막히는 대치. 뭐지? 우리는 서로를 의심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혼불..." 이라고 말했고, 남자는 더 조심스럽게 "닌텐도..."라고 대꾸했다. 상황은 그러했다. 우리는 모두 당근으로 뭔가를 사려고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물건은 없고 사려는 자만 있는 특별한 당근나라. 그것은 마치 말하는 이는 없고 서로 들으려고 귀를 내미는 모습 같은 것. 우리는 서로의 합리적 소비를 응원하며 헤어졌다. <2024 두근두근 별길마켓>에서는 올해의 참여 셀러를 모집하고 있다. "당근?" 이라고 묻기 어색하다면 지금 바로 신청 링크를 누르는 것이 좋다.
문화정책팀 엄경석(당근온도 : 37.8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