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날씨는 정말이지 빨래와의 전쟁이다. 잘 마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모아두면 안 좋은 냄새가 스며들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이럴 때면 대학시절 코인 빨래방에 갔던 날이 종종 떠오른다. 한성대입구역에서 대학로로 넘어가는 고개 중간에는 아주 크고 좋아보이는 코인 빨래방이 있었다. 어쩐지 저기서 빨래를 하면 새것이 될 것만 같던 곳이었다. 나는 하루 날을 잡고 이불부터 온갖 빨래를 바리바리 싸들고 그곳으로 갔다. (그 덥고 습한날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며) 어렵게 도착한 코인 빨래방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그런 느낌. 뭔가 날 무척 낯설어하는 그런 느낌. 일단 애써 이를 외면하고 나는 기계 앞으로 저벅저벅 가서 빨래를 털어넣었다. 그런데 그때 남자 직원 하나가 나에게 다가왔다. (좋은 코인 빨래방은 직원도 있구나) 나에게 무슨 일로 왔냐는 질문에 빨래하러 왔다고 하자 그는 무척 당황해했다. 그곳은 코인 빨래방이 아니라, 코인 빨래방 기계를 파는 곳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하이마트에 가서 세탁기 안에 내 빨래를 넣은 꼴이었다. 내 여름의 기억 중 정말 지원버리고 싶은 순간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기왕 넣은거 샘플로 빨아보면..../ 수도가 연결이 안되어 있어서... / 그럼 이 기계를 판 가장 가까운 코인 빨래방은.... / 미아동 .... / 여기 대학로인데.... / 강북지점이라서....)
문화정책팀 엄경석(이젠 건조기 있음. 가전은 L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