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같은 시인이 되고 싶었던 나는, 예고 문예창작과에 진학을 했다. 그리고 첫 소집일날 나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문창과(문예창작) 신입생 맨 앞줄에 서 있었다. 그때 선생님 한 분이 다가와 물었다. "문창(문예창작)?" 나는 똘똘해보이고 싶어 힘주어 대답했다. "아닙니다. 엄경석입니다." 선생님은 잠깐 고민하더니 "그러니까, 문창이냐고?" 나는 내 발음이 별로인가 싶어 더욱 또박또박 대답했다. "엄,경,석입니다." 그러자 "아휴, 씨."라는 말을 남기고 내 뒤로 가버렸다. 당시 나는 대체 문창이는 어떤 놈이길래 소집일날부터 사고를 쳤을까? 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가까이 지내지 말아야겠다!'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나는 김소월 같은 시인이 되지 못한 채 뉴스레터를 편집 중이다. 문창이랑 친하게 지냈다면 지금쯤 나도 성북구 한 책 작가가 되었을텐데 ... ... (50년 뒤, 문화재단은 어떤가요? 뉴스레터를 이제는 AI가 편집하나요?)
문화정책팀 엄경석(홍보담당) |